🍣 ROEST*로 작업한 두 번째 커피다.
무엇이 더 좋은 커피라는 건 아니고, 분명 다른 스타일의 커피가 만들어진다. 열풍, 반열풍 뭐 그런 이유로.
십수 년을 반열풍 로스터기만 써왔기 때문에 기존의 관념을 깨는 것이 필요했다. 가령 이번 게샤 빌리지는 DTR**이 6.5%인데, 12%에서 시작해 점차 줄여서 저기까지 갔다.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이란 자괴감, 모멸감 이런 것들이었다. 하루 이틀 해온 일이 아닌데 이렇게 못한다고? 이런.
물론 더 밝은 포인트로 로스팅을 하고 싶어 구입한 장비이긴 하다. 로스팅 포인트별로 향미의 성격은 달라지고, 로스터기에 따라 한계 배전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게샤 빌리지의 경우 브루잉 분쇄 기준 컬러가 99***인데, 반열풍에서는 쉽게 익혀내기 힘든 컬러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보다 원하는 향미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100g 배치 사이즈에는 당연히 샘플로스팅용으로 쓰겠지 하고 생각한 제작자의 의도가 담겨 있겠지만, 용도는 쓰는 사람의 몫이고 나는 꽤나 근성이 있는 타입이라. 그리고 올해 인헤르또 옥션랏만 세 종류, 베스트 오브 파나마에 빛나는 카르멘 게이샤, 독보적인 플레이버의 세로 아줄 게이샤 등등 히고 싶은 커피를 아주 마음껏 지른 상태여서 여러모로 앞뒤가 맞는 상황이다. 그러니 더 바랄 것이 없는 시절이다. 개인적으로는.
* 노르웨이 출신의 샘플 로스터기. 특징: 한 번에 100g 내외를 로스팅할 수 있으며 설계한 프로파일대로 자동 로스팅이 가능하고 예쁘다.
** Develop Time Ratio의 약자. 1차 크랙 이후 배출까지의 시간을 develop 구간이라 하는데, 이 구간을 통과한 시간이 전체 로스팅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 로스팅 과정에서 이 비율이 작을수록 약하게 볶이는 개념이다.
*** 숫자가 높을수록 밝아진다(약배전). 99정도는 일반적으로 덜 익었다고 생각되는 정도. 다크로스팅의 경우 50에서 60정도, 기존 커피플레이스 약배전 원두는 70에서 80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