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재(이하 연재): 자기소개부터 편하게 해주세요
주아영(이하 아영): 저는 카페에서 손님을 만나는 일을 좋아하고 그걸 즐기는 사람입니다.
연재: 커피 일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그리고 이 일을 선택하게 된 어떤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지요.
아영: 제가 원래는 제과제빵을 전공했어요. 고등학생 때 미리 취업을 나갈 수 있는 그런 제도가 있었는데 그때 빵집에서 일을 하게 됐고 거기서 한 1년 반 정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체력이 안 되더라고요.
연재: 새벽에 나가야 되고.
아영: 맞아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저녁 7시에 집에 가고. 체력이 안 돼서 못 하겠더라고요. 빵을 만드는 건 재밌었어요. 그래서 제빵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은 없을까 하다가, 카페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시장에 있는 카페에서 일을 했었는데 빵집에서 일할 때보다 밖에서 손님들 만나고 인사하고 그런게 재밌었어요. 적성에 맞더라고요. 사람 만나는 일이 안에서 빵 만드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고 카페에서도 빵을 만들 수 있어서 더 재밌더라고요. 둘 다 할 수 있으니까. 적성에 맞는 직업이라 생각이 들어서 그 카페에서 일을 몇 년 했어요.
그렇게 5년 정도 일을 하다 더 전문적으로 커피를 배우고 싶어서 서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을 갔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한 시기와 겹치면서 일은 별로 못하고 1년 정도 서울에 있다가 다시 내려왔죠.
대구에 돌아와서는 슈퍼바이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 일이 반 사무직이더라고요. 그게 적성에 너무 안 맞았어요. 나는 바 안에서 일하면서 손님들한테 커피 만들어 주고 땀 흘리며 일해야 즐겁다, 그래서 슈퍼바이저를 그만뒀습니다. 새로운 직장을 찾던 시기에 커피플레이스 바리스타 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연재: 커피플레이스는 그동안 아영님이 보셨던 카페들이랑 다른 느낌이 있을 것 같아요. 손님들이랑 소통을 더 하려는 것도 있지만 사장님의 커피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고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하는 그런 전문성이 있는데 그것도 좀 다르죠.
아영: 그렇죠. 새벽 12시에 (퇴근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올라오고, 그런데 출근은 저희랑 똑같이 하시고… 도대체 언제 자는 거지? 싶고. 그런데 저도 그렇게 일하고 싶어서 이곳에 온 거니까요. 커피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연재: 여기가 정말 제대로 하는 곳이긴 하죠.
아영: 커피에 약간 미쳐 있는 (웃음)
연재: 전 이곳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2020년에 제가 20살이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어디 여행을 못 가는 거예요. 그래서 그나마 가까운 경주를 가보려고 카페를 찾아보다 이름이 ‘커피플레이스’인 거예요. 뭔가 이름이 커피플레이스인데 커피가 맛없으면 다시는 안 와야지(웃음)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일단 뷰가 너무 좋고 그때 오늘의 커피랑 블렌드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커피도 너무 맛있고. 그래서 전 이곳이 정말 한결같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영: 맞아, 맞아, 맞아. 저도 몇 번 올 때마다 커피를 마시면 직원분이나 사장님이 자리로 오셔서 커피 맛은 어떠냐 물어보고. 올 때마다 그랬어요. 자기들끼리 커피 맛보고 이야기하고.
연재: 손님으로 1년에 한두 번 씩은 오신 거네요.
아영: 경주에 출장으로 올 때마다 왔던 것 같아요.
연재: 이제 그런 곳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느낌이 어떠세요?
아영: 음. 제가 자주 왔다 보니까 이 카페 분위기가 어떤지 알잖아요. 그런데 똑같은 것 같아요. 그땐 내가 손님으로 왔었는데 이제 내가 저 자리(바)에 있고, 내가 그때 느꼈던 걸 손님들한테 전달해주고 싶고. 똑같은 것 같아요. 손님으로 왔을 때랑. 몰랐으면 다르기도 했겠지만 이미 그렇게 하는 걸 알고 있었고 여기서 그런 걸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연재: 근데 그게 재밌는 것 같아요. 뭔가 그냥 커피 만들어서 팔고 나가고 이게 끝이 아니라 손님한테 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연재: 이곳에서 몇 년 정도 일하실 것 같아요?
아영: 아니 그걸 사장님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연재: 말씀하시면 제가 쓸 거예요. (웃음)
아영: 일단은 최대한 오래 하고 싶죠. 진짜 장사가 되게 어렵거든요. 저는 월급쟁이(?)가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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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경주는 어떤 곳 같으세요?
아영: 경주 사람들은 되게 행복한 것 같아요. 오시는 손님들이 다들 여유가 있어요.
연재: 맞아.
아영: 뭔가 나까지도 행복해지는 그런게 있는 것 같아요.
연재: 누워 계시는거 좋아하시면 날씨 선선할 때 돗자리 하나 사서 잔디에 깔고 누워 있으면 진짜 좋거든요. 그럼 진짜 행복해요. 행복이 별 거 없더라고요. (웃음)
아영: 그리고 제가 출근길에 여기 능을 가로질러서 걸어가는데 그게 너무 좋아요. 잔디밭을 지나서 간다는게 뭔가 행복해요.
연재: 커피플레이스에서 일을 하시면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이나 목표같은게 있으신가요? 다른 곳에서 못 하는 걸 여기선 할 수도 있잖아요.
아영: 일단 저를 좀 더 발전 시키고 싶어요. 지금까진 그냥 행복하니까 일을 계속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커피를 더 배우고 제 능력을 좀 더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연재: 이제 뭔가 마지막 소감 같은 말로 마무리 할까요? 2주 정도 일한 소감?
아영: 카페에서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될 지 몰랐어요.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도 많으신 것 같아요. 페이퍼도 만들고 원두가 새로 나오면 밑에 글도 쓰시고, 오늘도 안녕히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웃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연재: 아영님은 관심 있는 거 있으세요?
아영: 저는 글 쓰는거 별로 안 좋아해서.(웃음)
연재: 오늘 이렇게 만나길 잘했네요.
아영: 쓰는 건 별로 안 좋아해도 읽는 건… 할만합니다.
연재: 노트가 나오면 읽어주세요.
아영: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