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와 커핑
커피플레이스 매장에서는 매주 한 번 저녁 시간을 활용해 한 가지의 주제로 커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커핑은 벌써 몇 개월째 진행되고 있는데요. 시의성 있는 커핑 주제를 노트에 정기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월의 커핑 주제 중 하나는 '칼리브레이션'이었습니다. 온도계를 비롯한 모든 측정 장비는 '교정'이라는 과정을 거쳐 사용해야 하는데요. 가령 100도의 물을 온도계가 100도로 측정하는지 확인하고, 오차가 있다면 보정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교정'을 영어로 고치면 '칼리브레이션 (Calibration)'이 됩니다.
측정 장비 또한 주기적인 교정이 없다면 오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커피를 맛보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커피를 맛보기 이전에 먹은 음식, 개인의 건강상태와 기분, 커피를 마셔온 경험과 기억 등의 이유로 같은 커피를 맛봐도 서로 다른 판단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칼리브레이션은 어려운 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커피를 해 나가는 팀에서는 최대한 서로의 판단이 가까워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번 커핑에서는 6가지 커피를 블라인드로 맛보고, 산미와 단맛의 강도에 대한 평가, 질감에 대한 평가, 그리고 선호도에 대한 평가를 1~5점 중 하나로 선택하고 그 점수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와 느껴지는 향과 맛을 기술하도록 했습니다. 커핑이 모두 끝난 후엔 각자의 평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어느 정도 비슷한 평가가 나온 커피가 있는가 하면, 아예 평가가 갈리기도 (1점과 5점이 동시에 나온) 했습니다. 블라인드로 진행된 만큼, 커피 정보가 공개될 때까지 약간의 긴장감도 있었고요.
이러한 칼리브레이션 커핑에서는 자신의 감각이 다른 사람과 비슷할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비슷하거나 다르다는 결과보다는 왜 비슷한지, 왜 다른지 생각해 보는 것으로 이 과정은 충분한 의미가 있는데요. 커핑이 끝나고 집에 오며 그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껏 접해왔던 커피, 오늘의 컨디션, 블라인드 커핑이지만 맛을 통해 예상되는 커피 정보... 등 컵을 판단할 때 개입하는 다양한 요소가 떠올랐습니다. 이처럼 커피 맛에 개입하는 여러 요소를 생각해 보니, 커피를 맛보고 평가하는 행위를 넘어 손님에게 커피를 전달할 때도 비슷한 인사이트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커피에 관한 정보을 알게 된 후 정보가 없을 때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던 맛이 구체적으로 이해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신체적 조건과 그간의 경험뿐 아니라, 커피 자체의 정보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커피 출시 시 상세설명의 커피 정보를 보다 꼼꼼하게 조사해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된 이번 커핑이었습니다. 커피업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칼리브레이션을 주제로 한 커핑을 팀원분들과 함께 진행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