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기묘한 풍경'에 관하여
원두 봉투의 '컵 노트'는 커피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샘플링을 통해 만들어지는 커피들은 로스터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몇 가지의 노트로 표현됩니다. 간결한 노트로 표현되는 커피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커피뿐만 아니라 저희가 하고 있는 활동도요.
'커피플레이스 노트'는 커피플레이스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여러 소식들의 과정을 전하고 싶어 시작합니다.
🐜 한 달에 1-2회 발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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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커피플레이스 노트입니다.
2024년도 벌써 7월 중순이 되었습니다. 커피플레이스는 7월 10일 14주년을 맞이했고요. 14주년을 기념하여(?) 매장에서는 보수 공사도 이루어졌습니다. 이전보다 늘어난 원두와 상품을 진열하기 위한 책장도 새로 들어왔고요.
이번 노트의 주인공은 근래 출시된 '기묘한 풍경'입니다. 첫 번째 기묘한 풍경이었던 콜롬비아 엘 타블론 핑크버번은 벌써 품절되었지만 앞으로도 기묘한 시리즈는 출시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로스터로서 다양한 커피를 소개하는 대표님이 이 원두에는 왜 커피 정보가 아닌, 특별한 이름을 붙이셨을까요? 왜 그 이름은 '기묘한 풍경' 일까요? 평소와는 다른 형식, 별다른 소개 없이 긴 글만 쓰인 라벨이 낯설어 처음엔 이 커피를 구매하는 분이 많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라벨에 적지 못한 긴 이야기를 노트로 풀어내 보고자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품절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이미 첫 번째 기묘한 풍경을 구매하신 분, 이게 도대체 어떤 커피인지 궁금하셨던 분, 고민하던 사이 품절되어 구매를 못 하신 분이 계신다면 이번 노트를 더욱 재밌게 읽으실 것 같아요. 저는 처음 기묘한 풍경의 라벨을 보곤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았거든요. 아니.. 이 글이 상품 라벨에 들어간다고요...? 너무 재밌다...
늘 신선한 재미와 충격을 주시는 대표님께 감사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 노트 예고
신입 바리스타 배효진 님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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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풍경 - 편집자의 질문과 로스터의 답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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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커피의 이름은 왜 '기묘한 풍경' 인가요?
A. 새로운 풍경도 아니고 이상한 풍경도 아닌, 새롭고 이상한 풍경이어서 기묘한 풍경입니다. 가령 그랜드 캐년을 처음 마주한 느낌을 대단한, 엄청난, 벅찬, 장대한 등등의 어휘로 서술할 수 있다면, 두개의 달이 뜬 풍경을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보게 된다면 그 때의 감정은 어떤 어휘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 겁니다. 커피를 준비하며 두개의 달이 뜬 하늘을 보는 기분을 느꼈거든요. 이 커피를 그냥 콜롬비아 아무개 커피로 소개하기엔 충분한 소개가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커피의 향미가 이미지로 표현되는 일은 어색하지 않은 일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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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 문단에서 이 커피가 인퓨즈드 계열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있었다고 쓰셨습니다.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이 커피를 출시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우선 너무 뻔한 인퓨즈드(혹은 가향) 커피와는 또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가령 분쇄향은 평범한 커피처럼 느껴진다거나, 여러 사람들의 임상결과 인퓨즈드 계열로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이 제법 많았다는 점 등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더라고요. 맛있는데 말이죠. 이 맛있음의 근거가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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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콜롬이바 엘 타블론 핑크버번 무산소 워시드' 로 불리는 이 커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행위인지 궁금합니다. 이와 함께 시즌 블렌드에 '봄내음', '여름밤'과 같은 이름을 붙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질문드려요.
A. 특별히 다른걸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준비한 커피를 잘 소개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마음은 컵노트를 통해 전달되기도 하고, 커피를 준비하며 느낀 감정과 혹은 경위에 대해 쓴 글이 매개가 되기도 합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고요. 같은 맥락입니다. 콜롬비아 엘 타블론 핑크버번 무산소 워시드, 이 커피는 그간의 커피와 조금 다른 커피로 인식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커피의 지역과 농장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명을 갖는 것이, 이 커피가 가진 그 ‘다름’을 전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다름’에 있고, 그 다름이 새롭다는 감정보다는 이상하다는 감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봄내음, 여름밤, 캔디플로스와 같은 시즌 블렌드는 조금 다릅니다. 이 커피들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은 어떤 심상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봄의 공기, 여름밤의 정서, 차가운 겨울 속 따뜻함 그런거요. 일반적인 싱글오리진의 개별 커피를 소개하는 일과는 조금 다르죠. 개별 커피가 오히려 재료가 되는 일입니다. 로스터는 일반적으로 커피의 이면에 존재하지만, 가끔은 커피를 통해 무언가 말하고 싶어지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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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묘한 풍경'을 구입하여 드실 분들께 권장하는 추출 방법이 있나요?
A. 추출은 오히려 다른 커피들보다 쉽게 느껴지시리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도 잘 나오니까요. 그래도 기본적인 추출 가이드는 홈페이지 상세설명을 참고해 주세요.
원두를 구입하신 한 분이 적정 디개싱 기간을 물어보셔서요. 그 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조금 있습니다. 저희 원두 대부분은 최소 5일의 디개싱 기간을 권장합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10일 정도 두시면 훨씬 더 좋습니다. 매장에서 오늘의 커피로 제공되는 커피 대부분은, 10일 길게는 보름정도 디개싱을 한 후 추출해 드리는 커피들입니다. 다만, 기묘한 풍경의 경우 구입 직후 먼저 드셔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이 때 느껴지는 향미와 디개싱 후를 비교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스팅 직후임에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향미의 정체에 대해, 그리고 충분히 디개싱 된 후 향미의 변화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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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도 '기묘한 풍경'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A. 네. 이와 유사한 커피를 다룰 때는 기묘한 풍경으로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카테고리가 되는 거죠. 그래서 기묘한 풍경이라고 출시되는 커피를 보시면 딱 어떤 커피인지 연상이 되실 수 있게 말입니다.
커피를 다루며 저는 매번 다른 풍경을 봅니다. 때때로 잘 보여주지 않아 힘들 때도 많지만, 결국에는 그 풍경 앞에 서게 되고 감격하게 되고 그렇게 또 나아가게 됩니다. 로스터로서 저의 목표는 그 풍경을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매번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부디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기묘한 풍경 역시 그렇고요.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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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플레이스의 14주년 : 2024년 7월 10일
긴 시간, 이곳을 거쳐 간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울고 웃었던 시간들과 그 모든 이야기들에 온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흰 다시 태어나도 이곳에서 지금처럼 커피를 만들고 싶습니다. 다만 조금만 더 잘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늘도 안녕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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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이브 페이지 업데이트
🗣️ 2024년에 출시된 커피도 오늘의 커피 카테고리에 기록됩니다. 현재까지 38종의 커피가 출시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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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나온 커피들
: 짙은 복숭아, 선명한 망고스틴
: 꽃향기와 과일향이 한 데 어우러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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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중인 커피
- 온두라스 엘 로렐 파라이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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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노트 재밌게 읽으셨나요?
노트에 관해 커피플레이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쪽 에서 남겨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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