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커피와 관련된 직업을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그리고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준원: 원래 하던 일에 쏟았던 시간보다 커피에 관심을 가지고 할애했던 시간이 더 많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난 이후로, 더 늦기 전에 이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이 섰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동네 조그마한 카페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 카페로 발걸음이 잦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그 친구와는 어느 순간 커피 이야기만 하고 있더라고요. 바 안에서 일하는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며 '저 안에서 일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그즈음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그야말로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는 제게 막연한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하는 삶에 익숙지 않았고 흐르는 물처럼 사는 것에 익숙했던지라, 직장인으로서 하던 일을 관두고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결단을 내린 데는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만,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커피를 다루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연재: 커피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친구가 카페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커피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던 건지요?
준원: 맞습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처음 주문해서 마셔 본 건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겁니다. 손님으로 갔으니 음료를 시키긴 시켜야겠는데,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주머니 사정도 여의찮으니 맨 윗줄에 있으면서 제일 저렴했던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어요. 받아 들고는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꾹꾹 참고 다 털어 넣긴 했습니다만, 꽤나 생경한 장르의 음료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정말 맛이 없었거든요. '이걸 돈 주고 사 먹다니' 하는 생각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뉴판 제일 왼쪽 위에 대표 메뉴처럼 써 놓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에스프레소와 친숙해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이후로는 꾸준히 커피를 마셔왔습니다. 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직업으로서 희망하는 바는 전혀 없었고, 카페 다니는 걸 맛집 탐방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접근했어요. 전공 내팽개치고 다른 일 한다고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거든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공을 살려 취업을 했고, 석유화학 관련 기업체에서 몇 년간 공무 업무를 했습니다. 설비가 고장 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고, 고장을 진단하고 고쳐주는 일을 했어요. 출장도 잦았고 야근이나 철야도 빈번히(?) 있었지만, 일 자체는 생각보다 적성에 너무 잘 맞았어요. 다만 환경이 환경인지라, 일하면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일을 좀 쉬기로 했어요. 하지만 다시 동종업계로 취직해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마치 낙오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하려니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고요. 그런 저에게 카페는 훌륭한 도피처였습니다. 취업 준비를 한답시고 나가서는 카페에 가서 딴짓만 하다 오곤 했지요. 그래도 한 잔 시켜놓고 몇 시간씩 있기는 죄송해서 한두 잔씩 더 시키다 보니까 아무래도 커피를 보다 더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발걸음이 잦아지니 자연스레 카페가 친숙한 공간이 되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아, 스페셜티 커피라는 것이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금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자기 공부보다 남의 공부가 더 재밌다고, 그때부터 취업 준비는 뒷전이 되었고 여기저기 커피만 마시러 다녔습니다. 커피에서 과일 향이 나고, 허브 향이 나고 꽃 향이 나고 그런 게 너무 신기했어요. 출처가 명확하고 추적이 가능한 커피라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그때부터 커피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알고 싶어졌어요.
연재: 커피플레이스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준원: 일을 시작한 이래로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저것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들을 적용해 보는 과정에서, 그 결과물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아닌지에 대해 경험이 부족한 제가 혼자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곳에 조언을 구해 들으러 다녔는데, 다행히도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분들 중 한 분께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카페라며 커피플레이스를 추천해 주셨어요. 처음 커피플레이스에 방문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오전부터 매장은 손님들이 가득했어요. 바 안은 분주했지만, 일하시는 모습에서는 여유가 느껴졌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서로의 결과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커피 이야기를 하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지, 커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과 일한다는 건 어떤 것일지, 또 그런 공동체가 제공하는 커피는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 생각하던 중에 지원서를 드릴 기회가 주어졌고, 채용공고를 보고 주저 없이 지원했습니다.
연재: 대표님께서는 준원 님의 지원 서류만 읽고도 '이분을 채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준원 님의 커피플레이스 합격 수기(?)도 궁금하네요.
준원: 모든 걸 내려놓고 쓴 지원서였습니다. 제출하고 나서도 '어차피 안 될 거 뭐 하러 썼을까' 이런 생각도 했어요.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썼는지 이루 셀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도무지 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압박감 속에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원서 마감 마지막 날에 퇴근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제출했습니다. 그런 글을 보고 저를 채용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셨다니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체념하고 쓴 글이라 엄청 솔직하게 쓰긴 했어요. 그래서 더 합격이 안 될 거로 생각했었는데, 어떤 관점에서는 진심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감개무량할 뿐입니다.
연재: 커피플레이스에서 일을 시작하신 지 이제 3개월이 되셨네요. 일하시기 전 상상했던 이곳과 지금 느끼는 이곳의 인상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요?
준원: 일하기 전에 상상했던 이곳과 지금 느끼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물론 저 또한 여전히 잠재적 소비자이기도 하지만-매장에서의 제 좌표가 달라졌다는 것 정도겠네요. 따뜻하고, 친근하고, 편안하고, 아늑한 커피를 제공받았던 입장에서 이제는 제가 드려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느꼈던 모든 것들을 온전히 느껴보시게끔 하고 싶어요. 어떤 형용사로 표현해야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커피플레이스는 다른 곳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거든요.
연재: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는 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준원: 사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훌륭한 대표님과 훌륭한 동료들 사이에서 제 모습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퇴근하고 나서 근무했던 과정을 복기하면 할수록 저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었나를 깨닫거든요. 그러므로 '이런 구성원들이 있으니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곳의 모든 구조에 대해서 좀 더 익숙해져야 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어요. 참 먼 길을 돌아 돌아 여기까지 왔네요. 아울러 오시는 모든 분이 커피플레이스에 대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가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느꼈던 모든 것들을 온전히 느껴보시게끔 하고 싶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