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커피플레이스의 커피와 메뉴
원두 봉투의 '컵 노트'는 커피를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샘플링을 통해 만들어지는 커피들은 로스터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몇 가지의 노트로 표현됩니다. 간결한 노트로 표현되는 커피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커피뿐만 아니라 저희가 하고 있는 활동도요.
'커피플레이스 노트'는 커피플레이스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여러 소식들의 과정을 전하고 싶어 시작합니다.
🐜 한 달에 1-2회 발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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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커피플레이스 노트입니다.
이번 노트에서는 현재 판매 중인 블렌드와 디카페인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희가 다루고 있는 커피 개별의 형식과 몇 가지 메뉴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요. 클래식 블렌드로 라떼를 만드는 이유, 클래식 블렌드 이후 코크 블렌드가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직원용 라떼'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요? 15년의 역사를 거쳐 오며 만들어진 커피와 메뉴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시며, 원두나 메뉴의 선택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고가 커피를 출시하며 새롭게 디자인한 패키지와 '읽- 프로젝트'의 신간인 박솔뫼 소설 『커피를 마시자』를 소개합니다. 다양한 향미를 지닌 커피 자체를 소개하는 일과 커피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 모두를 앞으로도 꾸준히 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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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블렌드
클래식 블렌드는 과테말라와 브라질이 중심이 되는 블렌드로, 가장 강하게 로스팅합니다. 강하게 볶는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커피를 잘 녹이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클래식을 라떼를 만들 때 사용하고 있는데요. 클래식을 라떼에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라떼를 만들 때 가장 경계하고 싶은 것은 '물'입니다. 그런데 물은 우유에도 들어 있고, 에스프레소에도 들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추출이 진행될수록 물 성분이 많아지며 묽어지게 되므로 가능한 한 짧게 추출해 물이 가장 덜 섞인 에스프레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추출비는 1대 0.98 정도로, 리스트레또에 가깝습니다. 낮은 추출비로, 짧은 시간 안에 커피의 성분이 다 나와 주어야 하니 분쇄도 가늘게, 압력도 강하게 세팅합니다. 이러한 세팅에서는 채널링이 잘 생길 수 있기에 저희는 바텀리스 포터필터를 사용해 진득하게 떨어지는 에스프레소를 눈으로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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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블렌드로 만드는 메뉴 중,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직원용 라떼'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손님에게 커피의 농도를 여쭤보고 연하게 드신다면 샷을 남겼었는데요. 그때 직원분들이 그 남은 샷을 잔에 모아 우유를 넣어 먹곤 하셨습니다. 당시 커피를 무척 진하게 드시던 손님이 이 방식을 보시곤 매번 '직원용, 직원용 주세요.'라고 말씀하셔서 직원용 라떼가 탄생했습니다. 직원용 라떼에는 사용하는 우유 양이 적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일반 라떼와는 추출 디테일을 약간 다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크 블렌드
그런데 클래식 블렌드로 만드는 아메리카노는 경쾌한 산미와 향기보다는 마우스필이 좋은 스타일로, 다소 아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산미를 강조하게 된 코크 블렌드가 탄생합니다. 과테말라, 브라질 보다는 코스타리카와 케냐의 비중을 둔 코크는 클래식보다 로스팅이 밝습니다. 밝은 로스팅이기에 원하는 성분을 충분히 녹여내려면 더 길게 추출해야 합니다. 클래식 블렌드 라떼에 사용하는 에스프레소보다 낮은 농도로, 에스프레소만을 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기에 적합한 농도로요. 그래서 저희는 클래식으로는 에스프레소를 하지 않지만, 코크 블렌드 에스프레소는 판매하고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위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위한 에스프레소는 다릅니다. 아메리카노를 위한 에스프레소는, 맛있게 먹기 위한 최소한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선 물이 섞였을 때를 고려해야 합니다. 물이 하나도 안 섞인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에 사용하는 에스프레소를 똑같이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위한 에스프레소는 더 높은 농도로, 에스프레소로 먹었을 때 자극적으로 느껴져야 합니다. 물이 섞이니까요.
디카페인
지난 노트에서도 다루었던 디카페인 커피입니다. 현재 상시 판매 중인 콜롬비아 수프리모 디카페인은 클래식 블렌드와 비슷한 배전도로, 강배전입니다. 로스터는 사실 이렇게 강배전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하시는데요. 몇 년 전 약배전 디카페인 로스팅을 시도하던 중 우연히 맥도날드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맛있게 마신 경험을 계기로 디카페인 생두가 가진 물리적 조건과 저희의 강배전 로스팅 프로파일을 접목해 강배전 디카페인을 만들게 됩니다. 당시 향기가 잘 느껴지지 않았던 약배전 디카페인보다는, 로스팅이 진행되며 만들어지는 맛을 통해 방향을 찾은 것이죠. 디카페인 라떼는 클래식 블렌드로 만드는 라떼랑은 조금 다른 느낌인데요. 클래식 라떼가 초콜릿이라면 디카페인 라떼는 바닐라같은 부드러운 단맛과 크림 같은 느낌을 줍니다. 디카페인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풍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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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핀카 데보라 아이리스 비비드 게이샤는 저희가 평소 다루는 고가의 커피보다도 높은 가격의 커피입니다. 가격과 함께 파나마 게이샤, 핀카 데보라 농장, 정교한 가공 등 커피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이유로 기대하시는 커피이기에 다른 형식의 패키지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량이 50g으로 적어 작은 봉투를 사용하였고, 작은 사이즈에 맞춰 농장과 가공에 대한 정보를 수록한 카드를 봉투 앞면에 동봉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커피를 소개하며, 그 방식까지 특별한 경험을 드릴 수 있도록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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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 프로젝트 5호, 박솔뫼 『커피를 마시자』 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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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에 소설, 시, 그림책 등 다방면의 매체를 인쇄하여 드립백-책을 만드는 '읽- 프로젝트'의 5호 박솔뫼 작가님의 소설 『커피를 마시자』가 출시되었습니다. 매 회 한 명의 창작자에게 드립백 원고를 의뢰하고, 받은 원고를 읽은 로스터가 그에 어울리는 커피를 제작해 그 커피를 포장한 드립백에 원고를 인쇄하고 박스의 형태로 출시합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시고 커피플레이스 매장에도 방문해 주신 작가님이기에 주된 소재는 '커피'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그렇게 받은 원고에서 ‘커피’는 더 이상 흔하게 마실 수 없는 음료로 등장합니다. 커피가 사라진 세상에서, 영업을 하지 않는 카페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장 한 장 이어집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커피를 재배하기 어려운 시대. 커피가 아닌, 커피와 비슷한 무언가를 마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 카페에 모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기억 속 존재하는 ‘커피’를 회상합니다. 그중 T는 커피가 사라진 세상에서 커피와 비슷한 맛의 음료를 개발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가장 처음 제대로 마셨던 커피를 떠올립니다. 그 커피는 경주에 있던 어느 카페에서 마신 것으로, 카페와 커피의 구체적인 이름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소설을 읽은 로스터는 T가 떠올린 그 커피를 만들기로 합니다. 커피가 사라진 세상에서 문득 기억에서 떠오를 커피. 그렇게 이어진 생각에서 만들어진 커피는 과테말라의 대표 산지인 우에우에테낭고 지역, 높은 고도에서 재배되었으며 커피 리브레가 선별한 여러 로트를 모은 것입니다.
100권 한정으로 출시한 『커피를 마시자』는 많은 분들의 성원 덕분에 빠르게 품절되었습니다. 받아보신 드립백 소설을 다들 어떻게 읽고, 드실지. 구매하신 분들의 후기가 떨리면서도 기대됩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온라인처럼 상세한 설명 없이 비치되어 있는데요. 그럼에도 선뜻 구매하시는 분들은 뵐 때마다 과연 어떤 분들일지, 여러분의 정체가 무척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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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이브 페이지 업데이트
🗣️ 2025년에 출시된 커피도 오늘의 커피 카테고리에 기록됩니다. 현재까지 69종의 커피가 출시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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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나온 커피들
: 치자꽃의 향기
: 짱짱한 산미, 짙은 단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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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중인 커피
- 에티오피아 벤치마지 게샤
-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스페셜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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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노트 재밌게 읽으셨나요?
노트에 관해 커피플레이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쪽 에서 남겨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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