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플레이스의 커피를 정의하는 여러 수식 중에 가장 많이 들어본 표현은 ‘가성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결과적으로 이것을 목표했던 것이 맞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커피 한 잔이 그리 비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커피가 맛있었으면 하는 목표가 있으니. 그리고 이렇게 표현하시는 분들 대다수가 가격이 저렴하다고 품질도 저렴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쓰신 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가끔은 이 말이 아프게 할 때가 있다. 매장 전화로 걸려 온 전화. 거기가 3천 원짜리 에스프레소 파는 집 맞아요? 이 말에 순간 울컥해서, 에스프레소의 가격이 3천 원은 맞는데 3천 원짜리 에스프레소는 아닙니다, 라고 답해버렸다. 우리의 하루에 맛있는 커피 한 잔만큼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난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늘 생각하지만, 가끔은 이런 바람조차 견뎌야 할 것들이 있다.
가성비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싸고 좋은 재료를 잘 찾아야 한다. 물론 여기에서 싸다는 기준은 흔히 말하는 스페셜티 커피라는 등급 내에서 이야기다. 그러니까 비싸지만 싼?
두 번째는 최대한의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비싼 재료로 먹을만하게 만드는 것은 쉽다. 그러나 저렴한 재료로 맛있게 만드는 일은 그중 가장 어렵다. 그러니 가성비의 핵심은 기술력이다. 커피플레이스의 십수 년 역사는 그 기술력을 완성해 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은 커피, 더 아름다운 커피를 향한.
커피를 해오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모아보면, 대부분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들이다.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에도, 철저한 실험과 논증을 거친 경우에도. 로스팅, 추출, 물 나아가 인간의 감각 영역까지 커피는 다행히도 탐구의 대상이 넓고 깊어서 여전히 재밌고 앞으로도 재밌을 예정이다. 그러나 그렇게 탐구한다는 것 나아가 희구한다는 것은 때때로 고통스럽다. 그렇지 않나. 아름다움이란 언제나 저기 멀리 있는 것이다. 그래서 끝이 없는 것이고. 그렇게 기술력을 통해 더 나은 커피를 무한히 추구하다 보면 만나는 한계, 그 벽이 있다. 결국은 다시 재료다.
고가 커피를 다루게 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더 나은 커피에 대한 고민이 한쪽으로는 기술력 증진으로 또 다른 한쪽으로는 재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가의 커피, 비싼 재료를 사용하면 조금 더 쉬우냐? 묻는다면 대답은 노.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렵게도 느껴진다. 비싸지 않나. 손님들에게 부담드리는 것 같고, 드린 부담에 걸맞은 만족감을 드려야 한다는 압박은 고가 커피를 취급하는 내내 기본값으로 가지게 되는 감정이다. 그래도 이따금 소개하는 이 비싼 커피들을 즐겁게 지켜봐 주시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를 향한 응원이든, 믿음이든, 혹 커피에 대한 호기심이든 분명한 것은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더 넓어지고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최근에 출시한 인헤르또 게이샤와 그 이전 이타다키 게이샤를 포함해 올해만 해도 고가 라인으로 출시한 커피가 꽤 많다. 라벨 디자인이 조금 다른데, 앞서 이야기한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소개하는 커피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개념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디자인이니까. 아직 소개하지 못한 커피들도 너무 많다. 가끔은 그것들이 살아야 하는 이유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