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모집 공고가 올라온 만큼 여는 글의 주제로 '커피플레이스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를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혹시나 지원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곳의 바리스타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가! 궁금하셨던 분들께도 재밌는 글이 될 거예요.
🚰 바리스타의 하루는 그날의 물을 파악하고 커피마다의 적정한 세팅값을 잡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오픈하기 약 1시간 전 대표님이 가장 먼저 나와 그날의 '물'을 측정하고 기록합니다. 고여있던 물을 뺀 후 먼저 TDS를 측정하고 GH와 KH를 측정합니다.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오늘의 커피'를 위한 물을 만들어 줍니다. (커피에 따라 2배수가 아닐 수 있지만) 원수에 딥스를 섞어 GH를 KH에 2배수로 만들어주고 그 물을 바탕으로 분쇄도, 원두 사용량, 추출비, 푸어 스타일을 결정해요..
이때 GH를 KH에 2배수로 만들어 준다는 의미는 저희 로스팅과 관련이 있습니다. 경도 비율에 따라 커피 향미의 발현이 달라지는데, 로스팅을 할 때는 어떤 물 컨디션에 맞춰 QC를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전국의 다양한 물 컨디션을 요약하면 알칼리니티 대비 경도는 몇 배인가인데, 2배수가 그 중간 정도의 컨디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물 세미나를 신청하거나 이번 채용 공고에 도전해 보세요!
💨 오전 9시 ~
아침의 커피가 필요한 손님분들의 주문들 받으며 머신은 특히나 쉴 새 없이 돌아갑니다. 머신을 담당하는 분은 샷 뽑는 기계... 라고도 불리지요. 오늘의 커피 주문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오커를 맡은 바리스타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문을 받고, '오늘의 커피'를 만들고, 테이블을 치우고, 에스프레소 샷이 나오면 라떼나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밀크티, 아이스티, 코코아 등 논커피 메뉴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서빙을 하게 됩니다.
이때는 정말 초 단위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가령, 주문을 받는 중 뒤편에서 그라인딩을 하는 소리가 들리면 주문받은 빌지를 꼽는 순간 그 샷은 아마 나와 있고 곧바로 그 샷이 어떤 분께, 어떤 메뉴로 나가야 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동시에 다음 주문에 들어갈 샷이 나오고 있고 그 주문에 따뜻한 밀크티가 함께 있다면? '지금 나가는 주문이 완료되면 바로 밀크티 스팀을 쳐야겠군' 생각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상황이 있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머신 앞에 서서 쉴 새 없이 샷을 뽑는 기계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오늘의 커피 담당의 조합으로 오전이 지나갑니다.
쌓여있던 빌지를 모두 처리(?)하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하면 엄청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어요.
틈이 날 때는 매장을 한 바퀴 돌며 커피 맛을 여쭤보며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10초 정도 앉아 쉬기도 합니다. 뻥튀기를 다 같이 나눠 먹기도 하고요. 비워진 빨때나 일회용 컵을 채우고 다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 뒤 점심시간이 시작됩니다.
(중략)
🕖 마감할 시간이 되었어요!
오늘 하루도 수고한 머신을 청소하고 컵을 씻고 시럽통을 닦아 냉장고에 넣고 기타 등등의 청소를 합니다. 모든 청소가 끝나면 커피 추출에 관한 마감 보고를 단톡방에 올리고 퇴근합니다.
* 오픈조와 마감조가 나뉘어져 있어 오픈과 마감을 하루에 다 하지는 않아요!
커피플레이스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쌓여 곧 13주년을 맞이합니다. 가끔 처음 온 분들이 언제 오픈했냐며 여쭤보시는데 2010년 7월 10일이요! 하고 답하면 깜짝 놀라실 때도 있어요 (하하).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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